우암(설)산 등정기

오늘 생각지도 못 했던 산행을 하게 되었다. 오랜 발걸음에 몸은 피곤하지만.. 내 기억력은 은근히 좋지 않은 편이라서. 이 느낌을 잊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감상을 남겨보려고 포스트를 작성중이다.


오전중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분지지역인 청주의 둘레를 감싸고 있는 이 산의 이름은 우암산이라고 한다. 그 형상이 마치 소가 누워있는 모양과 흡사하다 하여 오래전에는 와우산이라고도 불리웠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전국에 꽤 많이 있는 듯 하지만) 

그런데 시작부터 정말 좋지 않았다. 애초부터 산에 올라갈거라는 예상은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친구녀석이 아침밥도 못 먹었다고 불평을 한다. 하지만 우리 청석고 학생이라면.. 간다면 가는 거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겠지.

산길이 가파르다. 아니, 가파르게 느껴졌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수능이 끝난지 불과 보름. 오랜 수험생활 덕분에 몸이 굳어있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그런데도 어느새 무거웠던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몸이 산에 적응해 가는 것일까. 친구놈들도 배고프다고 하더니 다들 잘만 올라간다.

△ 이런 내리막길은.. 정말이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문제는 빙판. 조금씩 눈 쌓인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길이 점점 미끄러워진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고..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눈 위에 발자국을 찍어대다 보니 눈길은 다져질대로 다져져 반질반질하다. 이 쯤 되면 정말이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단체로 겨울 산을 오르는 우리들.. 등산객들이 보기에는 꽤나 재미있어 보이겠지. 올라가는 길에 어떤 아저씨가 내 가방을 보고 '거기 뭐 들었니?' 한다. 아쉽게도 먹을 건 하나도 없고, UPPC 한 대가 들었을 뿐이었지만. (나중에 그 아저씨와는 내려가면서 또 만났다. 그 때도 질문은 한결같더라..-_-;;)

눈 덮인 겨울 산은... 마치 낯가림하는 어린애같다. 투정부리기가 심하고,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산과 오르는 사람의 교감만은 사시사철 한결같은 것이 아닐런지. 눈으로 덮여 있어도 언제나 길은 있지 않은가. 주어진 고난을 헤쳐나가 마침내 백설의 세계에 들어선다. 아.. 처음으로 올라온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폰카로 사진찍으며 가다가 미끄러 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조심조심..


산성이 보인다. 청주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상당산성이라고 하는 (일반인인 우리에게는 좀 별거 아닌) 유적지인데 눈이 덮이니 전에 맛보지 못 했던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도착해서 사진 몇 번 찍으니 배터리가 바닥이다. 집에서 출발할 때 갈아끼우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하산하면서도 꽤 볼만한 광경이 많이 있었는데.. 놓칠 때 마다 얼마나 안타깝던지. -震-

by 토프 | 2006/12/02 23:15 | 삶의 기척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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